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 중인 분들의 최대 적은 누가 뭐래도 탄수화물이다. 밥, 빵은 물론, 떡, 과자, 라면, 국수까지 우리가 "맛있는 것"이라 칭하는 거의 모든 음식에 탄수화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고, 이런 탄수화물들은 결국 "당"이 되어 우리 몸에 축적된다. 이런 음식들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결국 '유지'가 필요한 우리의 의지를 꺾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런데 빵이나 밥과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인 음식들을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터들이 좀 더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바로 "차갑게" 먹는 것이다. 단순히 차갑게 한다는 것 자체로 어떻게 좀 더 나은 음식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탄수화물과 전분(녹말)
탄수화물과 당은 동일한 성분이다. 포도당이 알알이 연결된 것이 바로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분은 무엇일까? 전분은 바로 식물에서 얻는 탄수화물을 '전분' 또는 '녹말'이라고 한다. 반대로, 동물에서도 탄수화물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을 '글리코겐'이라고 부른다. 동일한 탄수화물이지만, 식물에서 얻느냐, 동물에서 얻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탄수화물은 체내에 흡수되면 우리 몸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액으로 보내진다. 그러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포도당을 각 세포로 보내고, 남은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우리는 동물이므로) 형태로 저장한다. 하지만 간과 근육에 저장되고 남은 포도당은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나 혈관, 간에 쌓이면서 비만과 각종 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식은 빵과 떡이 딱딱해지는 이유 - 저항성 전분
빵과 밥을 구성하는 전분의 포도당은 나선 모양으로 이어진 '아밀로스'와 포도당이 가지 모양으로 이어진 혼합 입자다. 여기에 열을 가하면 이 입자가 팽창하여 '아밀로스'가 입자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열이 식으면 '아밀로스' 입자들이 그 자리에 굳게 된다. 밥이나 빵, 떡이 식으면 딱딱해 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놀라운 저항성 전분의 효과
이렇게 해서 딱딱해진 떡이나 빵, 밥에는 일반 전분이 아닌 저항성 전분이 많아진다. 이 저항성 전분은 일반 전분과 완전히 다르게 작용하는데, 이 저항상 전분은 아밀라아제가 포당으로 분해하지 못해 신체에 흡수되지 않는다. 다만 흡수는 되지 않지만,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면서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 전분의 열량이 1g당 4kcl인 반면, 저항성 전분은 1g당 2kcl로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왜 우리 몸에 좋은가?
따뜻한 상태의 밥과 빵은 소화가 빠르다. 여기에 들어있는 일반 전분은 빠르게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흡수되면서 우리 몸의 당은 빠르게 오른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고 다시 저혈당이 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비만과 당뇨, 각종 질환등이 생기게 된다.
반면 저항상 전분은 바깥으로 빠져나온 아밀로스가 단단히 굳으며 하나의 결정체를 형성한 상태라 소화 효소가 작동하기 힘들다. 결국 소장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해,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면서 대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만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돕니다.
또한 포도당으로 체내 흡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밥이나 빵을 먹었을 때 보다 혈당이 서서히 올라간다. 또한 대장 내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포만감도 오래 유지된다.
저항성 전분, 어떻게 먹어야 할까?
- 쌀을 씻어서 쌀 한 컵 당 1~2티스푼 정도의 식물성 기름을 넣어준 다음 냉장고에 12시간 보관한 다음, 꺼내서 밥을 지으면 저항성 전분의 함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 또는 씻은 쌀에 기름을 넣은 후 바로 밥을 지은 다음, 밥을 12시간 냉장 보고나한 다음 재가열하여 섭취하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
- 고구마, 감자, 빵등은 조리 후 바로 먹지 말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후 다시 데워 먹으면 저항상 전분이 높아진다.
- 단, 빵이나 떡 등을 냉동하게 되면 저항성 전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냉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한 실온이 아닌 냉장실에 넣어야 저항상 전분이 더 많이 생성되니, 4도씨 정도에서 최소 12시간 이상 식히는 것이 좋다.
- 바나나의 경우 숙성을 하면 저항성 전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숙성 전에 먹는 것이 저항성 전분을 섭취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들
아무리 차게 식혀 먹는다고 해도 탄수화물은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또한 소화가 힘든 만큼 과다하게 섭취하면 소화 불량과 관련된 복부 팽창, 설사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