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 나이 40대 초반이지만 허리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살짝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키 171에 앉은키가 90cm를 넘는 요롱이다. 아버지 쪽 유전자를 물려받아 상체가 긴 체형인데 그러다 보니 작은 아버지, 아버지, 오빠, 나 모두 허리가 안 좋다.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오래 일하시면서 허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고 지금도 디스크에 철심을 박고 계셔서 장애등급이 있으시다. 다행히 지금은 운동을 열심히 하셔서 일반인처럼 생활하시기에 무리가 없으시다. 오히려 일반인 보다 더 건강한 허리를 가지고 계실 정도로 통증이 거의 없으시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운동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나도 지난 5월부터 허리를 위한 운동을 포함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허리 수술을 가급적 하지 않는 추세이지만 아버지가 허리 수술을 받으신 30년 전만해도 허리 디스크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 당시 디스크 눌림 현상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아프셔서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셨다. 수술한다고 무조건 낫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재발이 심한 게 허리 디스크인데, 어떻게 해서 아버지는 지금 74세의 나이에도 건강한 허리를 지키고 계실까?
74세 아버지의 허리 건강 유지법
아버지가 허리 수술 후 지금까지 35년 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시는 것이 있다. 바로 새벽 운동이다.
조금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새벽 운동을 빠뜨리지 않고 하시는데, 날씨는 절대 아버지의 운동을 막을 수 없었고, 평소 감기도 잘 안걸리셔서 아파서 못 나간 날은 내가 알기로 단 한 번도 없으시다. 태풍이 불고 비가 몰아 쳐도 비옷을 입고 근처 공원으로 나가신다. 비가 오면 철봉과 같은 기구 사용은 힘들기 때문에 비를 막아 주는 정자에 서서 주로 맨손 체조만 하고 들어오시고, 보통 때는 맨손 체조 + 철봉 운동, 이 두 가지를 40분 정도 하신다.
맨손 체조에 대한 효과를 잘 모르는 분들은 "에게~" 하실 수도 있지만 10분 정도 내외의 국민 체조와 같은 맨손 체조를 꾸준히 하게 되면 유연성 증대, 내장 기능 향상, 피로 회복, 자세 교정, 체력 향상, 신체 균형 발달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아버지는 국민 체조를 기반으로 스스로 개발해 내신 다양한 동작들로 남들이 없는 깜깜한 새벽 시간에 신나게 몸을 움직이고 들어오신다.
단순히 몇 천 보 걷기가 아니라 온 몸을 움직이는 신체 운동은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고 뇌를 깨운다. 많은 고령자 분들이 안전한 걷기 운동만을 하고 있지만, 그에 더해 전신을 움직일 수 있는 맨손 체조를 하루 5분 정도 곁들인다면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국민건강체조를 매일 틀어놓고 집에 매트를 깔고 하루 5분 체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 하던 국민체조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음악이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경쾌하게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짧은 시간이지만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허리 통증 완화법
35년 간 꾸준한 운동을 이어 오신 아버지를 본받아 지난 5월부터 나 역시 새벽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50분 정도 매일 걷고 있고, 집에서는 맨손 체조와 허리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여기서 허리 스트레칭이란 일반적인 스트레칭이 아니다. 허리 통증이 있는 분들은 특히 유튜브에서 허리가 건강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스트레칭 영상을 따라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요가나 필라테스 동작에 포함된 허리 스트레칭을 하게 되면 오히려 디스크를 더 찢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된다.
허리 통증 환자의 단 한가지 허리 스트체칭, 신전 동작
허리가 아프신 분들은 단 1가지 동작만 꾸준히 해야 한다. 바로 신전 동작이다. 신전 동작이란 우리 척추가 생긴 모양인 S자에 맞춰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이다. 서서 할 때는 두 손을 허리에 받치고 허리를 뒤로 젖혀주면 되지만, 이 경우 목에도 무리가 갈 수 있고 노약자의 경우 뒤로 젖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엎드려서 하는 것이 좋다.
엎드린 자세에서 책을 보는 것처럼, 양 팔꿈치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자연스럽게 바라보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깊게 내쉬면 된다. 팔꿈치가 아프거나, 허리가 많이 아플 때에는 두 손을 포개어 바닥에 내려놓고, 손 등 위에 턱을 내려놓고 호흡을 하면 된다.
가장 확실한 허리 건강법 3가지
- 허리를 쫙 펴고 양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30분 이상 평지에서 걷기
- 바닥에 엎드려서 허리를 들어올리는 신전 동작 하루에 수시로 하기
- 맨손 체조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 제외) 5분
이 3가지를 한 달만 해도 허리 통증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경우 올해 연세가 74세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자전거를 3시간 이상 타실 정도로 건강하시다. 꾸준한 운동은 허리 건강뿐 아니라 신체 전반의 운동 능력을 향상해 주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에도 우리 몸을 지켜준다.
실제로 지난 7월, 아버지께서 집 근처 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승용차와 부딪힐뻔 한 아찔한 비접촉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놀란 아버지는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공중으로 날아가 떨어지셨는데, 타박상 정도만 입으시고 관절이나 다른 곳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셨다. (그래서 자전거 타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사고 경위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나온 아버지를 본 담당 경찰관은 블랙박스 녹화 영상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시네요 이 정도로 다치신 게..."라는 말과 함께.
이렇듯 평소 잘 단련된 몸은 예상치 못한 생활 속에서의 사고에도 우리의 몸을 지켜주는 방탄 역할을 한다. 따라서 헬스장에서 무거운 것 막 들어올리며 울퉁불퉁 근육을 만드는 것이 꼭 아니라도, 매일 꾸준히 맨손체조만 해주어도 탄탄한 속근육을 만들 수 있다. (아버지는 겉보기에 매우 마르셨지만 허벅지와 팔뚝을 만지면 정말 단단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