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7일,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시 연안에 정어리떼가 집단으로 폐사한 후 사체가 밀려들어 큰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어제, 하코다테시에서 900km 떨어진 미에현에서 또다시 정어리떼 사체가 밀려들어 일본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과 영국 매체를 중심으로 이번 물고기 집단 폐사가 원전수 방류 때문이 아닌지 그 연관성을 함께 제시하자, 일본에서는 원인 규명을 수온 상승이라며 급하게 수습하는 모양새다. 일본 원전 오염수가 원인일지, 아니면 다른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는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제주도에서의 정어리떼 폐사
물고기떼 폐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7월 제주도 외도동 해안에서도 정어리가 집단 폐사한 일이 있었다. 당일 현장에서 약 500kg의 정어리 사체를 수고했는데, 앞서 6월에도 이호해수욕장에서 정어리떼가 집단 폐사하는 사건이 있었고 그때 수거한 사체는 약 7t에 육박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의하면, 정어리떼 폐사의 원인은 밀물 때 해안가로 밀려온 정어리떼가 갯바위와 웅덩이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산소부족이 원인이 되어 집단폐사가 일어났다고 한다. 정어리들이 이처럼 자주 폐사를 하는 이유는 1) 전체 정어리 수가 급증했고 2) 기름기가 많은 정어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산소요구량이 부족하면 죽음에 쉽게 이르기 때문이다.
물고기 폐사의 원인
일반적으로 물고기 폐사의 원인은 바다의 수온 상승 혹은 그로 인한 용존산소량 감소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지구의 열을 가장 많이 저장하는 바다의 온도 역시 당연히 상승하게 된다. 물고기는 수온 자체의 상승으로도 생리적 기능 이상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지만, 수온이 상승하면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량이 감소하게 되어 물고기 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여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일본의 최근 잇따른 정어리떼 폐사의 원인은?
종종 발생하는 정어리떼 집단 폐사가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갑작스러운 개체 증가와 산소부족으로 인해 나타난다면 일본의 이번 정어리떼 폐사도 그 원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폐사한 정어리의 양이 제주도에서 발생한 정어리 폐사량과 비슷한 몇 kg ~ 몇 톤이 아니라, 수천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고, 지난 8월 24일부터 원전수를 방류한 이후 10월 18일 규슈 구마모토현, 12월 7일 훗카이도 하코다테시, 그리고 12월 23일 미에현에서 차례로 수천톤에 달하는 정어리떼가 폐사하는 등 그 규모와 짧은 발생 주기 등, 단순히 자연 현상의 일부로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세슘이 기준치보다 180배 많은 우럭과, 12배가 많은 쥐노래미가 잡히는 등 방사능 물고기가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고, 그 원인 파악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수 방류 후 잇단 정어리떼 폐사를 단순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으로만 보는 것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바다, 인간은 어떨까?
일본은 국제 기준에 의거해 원전수 방류를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며, 주변 국가에 어떤 피해보상은 물론 다른 국가의 오염수 채취도 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가 녹아있는 133t의 오염수를 약 40년 동안 바다에 방류한다고 하니 당장엔 문제가 없더라도, 3,40년 후에는 안전한지, 더 나아가 100년, 200년 후에도 안전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며 우리 인간은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생물과 자원으로 지금까지 생존을 유지해 왔다. 바다가 오염되면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 역시 오염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똑똑한 척, 다른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척해봤자 떼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과 용존 산소량 감소,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일본의 오염수 방출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면 30년 후가 아니라 당장 3년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몇 달 뒤 당장, 정어리가 밀려왔던 해안에 죽은 상어떼, 고래 떼가 몰려오고 더 이상 인간이 바다에서 나는 그 어떤 생선이나 식물을 섭취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일본의 원전 오염시 방류, 어떻게 멈출 수 있나?
원전 오염수의 방류로 일본이 빠르게 피해를 입고, 당장 오염수 방출을 중단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어리떼 죽음으로는 일본이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일본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 국민이 다치기 전까지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하며,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는 말처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하며, 일본은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대신, 다핵종제거설비(ALPS)에서 오염수를 정화한 뒤 다른 장소에 보관하거나 고체화하는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