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주부의 개인 카페 운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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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얼마를 받았고, 어느 기업에 다녔고, 직급이 무엇이었는지는 경단녀라 불리는 순간 깡그리 관심밖의 일이 된다. 10년 동안 남자들 못지않게 아니,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잘 회사 생활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쓰다가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게 되면 이제 갓 사회로 나온 사회 초년생들보다 못한 가치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험은 많지만, 이미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것. 그리고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아줌마라는 꼬리표는 회사에 희생하지 않는 요즘 MZ 세대들 보다 더 환영받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첫째 아이 출산 후 기존 회사에 복직했지만 왕복 3시간 거리의 출퇴근은 나도 아이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표를 던진 나는 2개월 정도 휴식을 가진 후 은행 돈을 끌어다 카페 하나를 인수했다. 원래는 소규모 프랜차이즈였으나 기존 사장님의 조언대로 개인 카페로 전환했다. 이름과 간판만 바꾸고 기존 레시피는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초보인 나에게는 큰 시행착오 없이 바로 매출을 낼 수 있었다.

 

5년 6개월 운영한 첫 번째 개인 카페

주부라면 오피스 상권의 카페를 선택하라. 

 

처음 가게를 소개 받았을 때 오피스 상권인 것이 선택의 이유가 가장 컸다. 중소기업들이 밀집된 20층 높이의 오피스 타워의 손님들은 99%가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주말, 공휴일은 가게 문을 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 나도 함께 집에 있을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파트타임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 영업을 한다면 그 시간에도 고용을 하면 되지만, 일단 가게가 문을 열고 영업을 하면, 나 역시 출근은 안 해도 실시간 CCTV 영상과 매출을 핸드폰으로 수시로 확인하게 되니,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사장 입장에서 그게 잘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만일 아이가 있거나, 아니면 남들 놀때도 놀고 싶은 예비 사장님이라면 오피스 상권에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주부라면 파트타임 직원을 적극 활용하라.  

 

아침 7시에 오픈하여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했고, 직장인들이 몰려 있는 곳인 만큼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미친 듯이 바쁜 러시타임이었다. 아이 등원을 시켜야 했기 때문에 파트타임 직원을 총 3명을 고용했다. 7시 오픈 1명, 아이 등원시키고 8시 30분까지 내가 출근, 그리고 11시 30분에 1명, 마지막으로 3시에 1명이 와서 마감까지 일을 했다. 이렇게 하면 아침 러시에 2명, 점심 러시에 3명이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주문을 충분히 쳐낼 수 있다. 나는 아이가 하원하는 4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했다. 

 

아메리카노 1,900원 기준, 하루에 60~70만원 정도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파트타임 직원이 3명이었지만, 1인이 할 만큼 소규모 카페라 하더라도 아이가 있는 주부라면 1명의 파트타임직원은 두는 것이 좋다. 아무리 작은 카페라도 오픈부터 마감까지 혼자 일을 하려면 어린 자녀들의 등하원을 누군가 매일 시켜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카페는 아침 식사 전(주거지 상권 & 오피스 상권), 점심 식사 후,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손님이 많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 시간을 놓친다면 결국 점심 러쉬만 실질적인 매출을 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루종일 근무가 힘들다면 오픈 시간 or 저녁 시간 중 1타임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을 때만 일을 더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문이 닫혀 있는 등 영업시간이 들쭉날쭉 하다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되어 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1년 6개월 운영한 두 번째 개인 카페

가게는 무조건 집과 가까워야 한다. 

 

직주근접이라고 들어 보았을 것이다. 직장과 집이 가까운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세대들이 특히나 이 직주근접을 중요시하는데, 이는 싱글들이나 남자들에게뿐만 아니라 특히, 워킹맘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실제로 내가 복직 후 일을 그만 둔 것도, 회사 근처에서 원룸 생활을 하다가 신혼집을 멀리 얻었기 때문에 복직 후 출퇴근 시간이 지하철을 타면 편도 2시간(3번 환승), 광역버스를 타면 1시간 (자리 없음.) 걸렸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침에 잘 등원했다가도 열이 난다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잦다.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니, 아이를 데리고 잠시라도 가게를 나올 수 있는 건 그나마 거리가 가까울 때만이다. (물론 아프면 문을 닫아야 하지만, 적어도 임시휴무라고 붙여는 놔야 한다.) 

따라서 어떤 가게를 하더라도 무조건 집이랑 가까워야 하는데, 차로 30분을 넘어가는 거리라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를 앉혀놓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라도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방학을 하게 되면 1,2주 정도는 부모님께 부탁을 드리거나 그도 안되면 함께 출근을 해야한다. 테이크아웃 매장의 경우 홀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아이가 머무르기 힘들다. 물론 5세 미만의 아이라면 어디에 있든 단 30분도 혼자 있기 힘들어하겠지만, 5세 이상이나 자녀가 초등학생만 되어도 혼자 시간을 보내기 크게 어렵지 않다. 따라서 아무리 협소한 공간이라도 아이가 편하게 앉아 있을 만한 자리를 마련하여 파티션이나 커튼으로 가려주면 좋다.

2년 운영한 3번째 개인 카페 - 주말이나 방학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 수밖에 없다.

홀 운영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대비하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거기에 가서 양도를 한다고 내놓은 가게들을 보면, '아이 케어 문제'를 가게를 내 놓는 이유라고 하는 분들이 꽤 많다. "힘들 줄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일주일에 오픈하는 날이 얼마 안 된다.", "아이가 자주 아프다.", "봐주시는 분이 그만두셨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 등등 많은 분들이 워킹맘의 길을 선택했으나 좌절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한다. 그런 글들을 보면 천 번 만 번 공감하면서도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양도를 하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처음 투자한 금액 대비 감가상각을 고려한다 해도 시설비는 당연히 낮을 테고, 아이로 인해 영업을 제대로 못했다면 매출도 좋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권리금도 매우 적거나 급매로 내놓을 경우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주양육자인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카페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배달을 함께 운영하길 적극 권한다. 하지만 홀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디저트들을 그대로 배달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플랫폼 선정부터 광고 셋팅, 메뉴 선정과 포장법 개발, 플랫폼 사용 방법 공부 및 배달 운영 노하우 습득 등 상당한 양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픈 초기부터 배달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여 주방 동선을 짜고 메뉴 선정을 해야 한다. 

평소에 배달을 꾸준히 하다보면, 아이 돌봄으로 인해 낮 영업이 힘들어질 경우 새벽이나 밤 시간대 배달로 매출을 메꾸면 수익을 더 챙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나중에 가게를 처리할 때에도 손해 없이 넘길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한다면 관련 전자책을 참고해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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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힘든 주부 사장님 

 

카페든 식당이든 옷가게든, 아이가 있는 상황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손 안갈 때까지 다 크고 나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들어 버릴 것 같고, 또 점점 늘어가는 아이들 교육비며 식비등을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 작게나마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랬다. 취업은 언감생심 아예 엄두도 못 내기 때문에 내 가게 운영하면서 아이들도 돌보고 싶은 마음에 장사를 선택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리 남편과 부모님들이 도와준다고 하들, 아이들은 엄마의 손이 필요로 할 수밖에 없고, 나 역시 몸은 가게에 있지만 아이들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길고 긴 방학도 항상 걱정이다. 

 

아이가 하나 있을 때 첫 가게를 시작했고, 둘째 아이가 일곱살이 되던 해에 카페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개인 카페에 들르면 사장님 얼굴을 먼저 보게 된다. 내 나이 또래의 여자 사장님이라면, 자녀가 있을까, 힘들진 않을까 등 남일 같지 않아 한 번 더 일하는 모습을 쳐다보게 된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스무 평 남짓한 햇살 좋은 카페에서 내가 잘하는 프렌치토스트와 크로크무슈 등 간단한 토스트들과 따뜻한 커피를 함께 먹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지금은 글을 쓰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커피머신 앞에 설 것이다. 

 

그리고 모든 도전하는 주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아이도 엄마도 눈물 콧물 흘리며 등원하고 출근하던 그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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