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 눈 깜빡임 틱 증상 발현과 사라지기까지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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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6살 아들의 눈이 불편한 듯 깜빡이기 시작했다. 

보통 틱이라고 하면 눈을 세게 깜빡였다 뜨거나, 빠르게 깜빡이거나, 안면 전체를 찡그리거나 하는 표정들은 많이 봐왔는데

우리 아들은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고개 전체를 아래로 반바퀴 돌리는 그런 행동을 반복했다. 

 

1. 빈도 

눈을 뜬 아침에는 조금 덜하지만, 하원하는 순간부터 증상이 나타나고 잠들기 전 피곤할 때 더욱 심해진다. 

주말에는 조금 덜 하다고 느껴졌고, 유치원을 다니는 주중에 좀 더 심하다고 느껴졌다. 

원래 스마트폰은 일절 보지 않았고, 티브이 시청은 하루 1시간 정도 하는데 티브이 시청시 더욱 심해진다. 

 

2. 기간 

6월부터 시작된 눈 깜빡임 증상은 대략 8월 말쯤 사라졌다. 

기다리기 힘들고 지켜보기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병원에 가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별 말 하지 않고 기다렸다. 

 

3. 틱 이라는 증거 

일단 틱의 특성상 여자아이 보다 남자아이에게 많이 나타나고, 5세나 6세부터 시작되며, 눈 주위 근육부터 불수의적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틱은 특정 근육을 "빠르게 움직인다"라고 정의하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 결코 빠른 움직임은 아니었다. 오히려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돌리는 속도는 살짝 느리기까지 했다. 따라서 "틱"의 판단 근거를 아이의 대답에서 찾으면 쉬울 것 같다. 

 

6세 정도 되면 본인의 의사를 어느정도 표현 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질문을 세 번 이내로 해 보자. 너무 자주 하면 아이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어 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왜 눈을 깜빡이냐는 질문에 "몰라" 라고 답을 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들은 체 만체 한다면 틱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4. 1년 뒤 두 번째 틱 증상 

그렇게 지나가나 했던 틱이 약 8개월 뒤, 그러니깐 7세 5월 즈음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좀 더 길게 이어졌다. 증상은 첫 번째 양상과 거의 비슷했다. 틱이 재발이 잘 된다고 했고,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3개월 이상 지속되자 걱정이 되어 아동정신의학과를 찾아갔다. 

 

5. 상담내용

처음 정신의학과를 가면 몇 가지 아이에 대한 사전 설문지 작성을 한다. 대략 3장 정도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 아이는 정상인가"였다. 왜냐하면 설문지에 나오는 항목들은 주로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한 것이었고 우리 아이는 거의 해당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눈 깜빡임으로 진료를 보기에 우리 아이는 지극히 정상이었던 것이다. 

 

의사 선생님과 보호자가 10분 정도 상담 후 아이가 다시 들어가 선생님과 10분 정도 면담을 했다. 그리고 다시 보호자 상담. 

 

 

일단, 아이가 이곳에 들어와서 두리번 거리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만지는 것이
조금 산만한 듯 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어떠시냐는 질문에 다른 아이들은 보통 "좋아요, 친절해요" 등의 대답을 하는데
00은 "몰라요"라고 하더군요.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라는 질문에도 "모르겠어요"라고 했고요.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들렸음.) 
눈 깜빡임만 가지고는 틱인지 확신할 수 없고, 소아 강박일 수도 있고 ADHD가 있을 수도 
자세한 검사를 해보게 좋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의 신중함은 이해하지만 여러 가지 병명들을 나열하며 가능성을 말씀하시는데 사실 겁이 덜컥 났다.

차츰 얘기를 하다 보니 드는 의문. 저 나이 때 남자아이들이 낯선 곳, 그것도 공포감이 들 수 도 있는 병원이란 장소에서 긴장감 가득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다 큰 어른들처럼 집중을 하고 갑작스러운 질문에 성의껏, 정성껏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특히나 조심성 많은 우리 아들의 경우, 남들이 자신의 부모나 선생님에 대해 물어보는 이유에 대해 왜?라는 의문이 들었을 테고 단 몇 마디로 그 사람을 "묘사"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믈론 대다수 어린이들은 귀찮아서 혹은 별생각 없이 혹은 진심에서 "좋아요, 싫어요, 이상해요." 등등의 단답형 대답들을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평균이 그렇다고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 아이가 이상할 건 없지 않은가.


결국은 짧은 면담으로 확인이 어려우니 몇 십만 원이나 하는 검사를 해보자는 건데, 그건 부모인 내가 최종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병원이 유명하다 해서 아이 하원 후에 1시간 30분이나 걸려 찾아와 아이도 많이 힘들어했기 때문에 만약 검사가 필요하다면 집에서 가까운 아동발달센터를 가도 되겠다 싶어서 이후 검진 예약을 하지 않고 병원을 나셨다. 

 

6. 아동발달센터 방문과 미술치료 2개월  

 

정신의학과를 다녀온 지 2주쯤 지난 후, 아이의 유치원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지난겨울 그 아이도 틱 증상이 왔었는데 어깨를 들썩일 정도의 다소 강한 증상이었다고 했다. 그것도 3개월 정도 지속되었는데 집 근처 아동발달센터에 미술 심리 테스트를 받고 미술치료까지 하려던 차에 증상에 잦아들어서 치료까지는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친구 엄마와는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 당시에는 그런 얘기를 주고받진 않았었다. 

일단 내 아이는 틱 증상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엄마가 갔다던 아동발달센터 정보를 받고 다음날 전화로 미술 심리 테스트를 예약했다. 

일주일 후 아이의 미술심리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또래에 비해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입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데,
그러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 무서움이 많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꺼립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스트레스 민감도도 높은 편입니다. 
내년에 학교 입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0분 이상은 앉아서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작은 성과들을 일궈내어 도전에 대한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일단 미술치료를 한 달 정도 해보기로 했다. 

센터마다 비용은 다르겠지만 내가 다닌 곳의 경우 40분 수업, 10분 부모 상담을 주 1회 하기로 했고 금액은 회당 4만 5천 원 정도였다. 

 

7. 미술치료 성과 

 

정말 신기하기도 미술치료를 하기로 시작한 첫 주부터 아이의 틱 증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미술 테스트를 하면서 선생님과 어떤 교감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그랬다. 

그리고 첫 수업 이후부터 90% 이상 틱 증상이 사라졌다. 

일단 내년 학교 입학을 위해서 앉아있는 시간도 늘리고 집중력도 높여야 했기에 계획된 4주 수업을 모두 마치고,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해서 4회 더 수업받기로 했다. 

 

그렇게 총 2개월 동안 총 8회의 미술 치료 수업을 들었고, 그 후 지금 2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이는 틱증상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 

미술치료의 성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매 식사시간조차도 몸이 뒤틀렸던 아이가 지금은 그래도 끝까지 잘 앉아서 밥을 먹고 내려오게 되었고, 하려고 했던 것들이 잘 안 돼도 그전보다는 더 잘 참는 듯 보였다. 

물론 그만큼 아이는 더 성장했겠지만, 아이가 즐기며 미술 수업을 받았던 만큼 비용이 조금 더 아깝지 않았다. 

 

 8. 재발 가능성 

얼마 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 박사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틱증상이 처음 발현하거나, 입학 전 겪었던 아이에게서 더 심하게 재발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이유는 우리나라 나이로 열 살 정도 되면 타인에게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는, 즉 틱 증상을 하고 있는 자신과 그것을 이상하게 보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그대로 느끼기 때문에 틱 자체 보다도, 그로 인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해지고, 다시 이것이 틱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나 역시 우리 아이에게 틱 증상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에 대한 대비로 하고 있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주중 티브이 시청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 

2. 주말에만 태블릿 게임 30분, 티브이 시청 1시간으로 제한   

3. 유튜브는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열 살인 누나 폰에도 유투브 앱이 없고, 태블릿으로도 거의 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보여주지 않았기에 가능하다. 현재 우리 집 티브이에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없다. )

4. 주말에는 바깥활동을 충분히 한다. 

5. 낮동안 아이와의 대화가 부족했다면 잠자기 전 20분 정도는 하루 일과에 대한 이야기, 고민거리 등 다소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6. 사랑의 표현은 무한대로 한다. 7살 남자아이지만 매일 수백 번의 뽀뽀와 포옹으로 조금은 귀찮게 한다. 

 

 대부분은 성장을 하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진 다지만, 그 모습을 매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은 겪고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적절한 통제와 무한한 사랑을 실천한다면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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