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1등급 무항생제 달걀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인터넷으로 사면 다음날 새벽에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최근 들어 그것들을 포장해 오는 과도한 포장지에 너무 질려 버렸기 때문에 (그럼에도 두 어개는 꼭 깨져있다.) 두 번 다시는 계란 만큼은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기로 했다.
계란 주먹밥을 일주일에 두 세번은 해 먹고, 라면 매니아인 남편이 일주일에 꼭 3개씩은 계란을 해치우니 별다른 계란 반찬 없이도 우리 네 가족은 일주일에 15개 정도의 계란을 먹고도 모자란다.
그런데 나는 오늘 우연찮게 계란에 있는 번호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당연히 무항생제 달걀이니깐 닭의 생활 환경을 나타내는 번호도 당연히 1번 아니면 2번일 것이라 생각했기에 특별히 눈여겨 보진 않았었다.
하지만 내가 구매해서 먹고 있었던 달걀의 끝자리는 4. 즉, 케이지 하나에 15마리의 닭이 살았다는 뜻이다.
1번은 닭이 충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환경에서 살았으며,
2번은 케이지 않에서 안팎을 돌아다니며 살았으며,
3은 케이지 하나당 11마리가 살았다는 뜻이다.
마지막 4번은 케이지당 15마리가 살았다는 뜻이다. 즉 닭 1마리가 A4용지 크기 정도의 케이지에서 평생을 달걀만 낳다가 죽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옆의 닭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부리까지 잘라버린다고 한다.
이 닭들은 모두 암탉의 경우다. 수탉들은 아예 태어나자마자 알도 못낳고 닭고기로도 활용되지 않아 바로 분쇄기에 보내져 도살된다.
이렇게 죽는 수평아리가 1년에 전 세계적으로만 약 70억마리나 된다고 하니 참혹하기 그지없다.
어쨋든 지금까지 내가 사 먹던 달걀이 단순히 무항생제 마크에 종이 포장지에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었기에 닭의 생활 환경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완전 빗나갔다.
난각번호의 마지막 끝자리 숫자가 1번과 2번, 즉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자란 닭의 알인 경우 포장지에 '동물복지'마크가 꼭 붙어야 한다. 플라스틱 투명 뚜껑이 아닌 경우, 구매전에 겉포장을 뜯어서 알의 껍데기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복지'마크를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그리고 완전식품이라 믿었던 달걀의 결과물이 무수한 수평아리의 죽임과 꼼짝달싹 못하는 케이지 안에서 생을 보낸 닭의 눈물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의 잔혹함과 이기심으로 동물을 학대하여 인간의 무병장수를 꿈꾸고 있음에 뒤늦게서야 반성하게 된다.
달걀의 소비를 줄이고, 꼭 먹고싶다면 난각번호 끝번호가 1이나 2인 달걀만 먹자. 결국 소비가 줄어야 대량학살 방식의 대량사육도 줄어들 것이므로 친환경 소비로 동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번에 글로도 다뤄보겠지만, 달걀이나 우유 외에도 단백질 섭취를 할 수 있는 무수한 자연채소와 과일, 통곡물들이 있는 사실을 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