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 플라이셔 (Leon Fleisher) 의 두 손 (Two 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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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이 둘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뒤에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테이크아웃 카페로 간다. 내 귀에 흘러나오는 소리는 어김없이 CBS 라디오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목소리와 아름다운 클래식들이다. 티스토리에서 몇 차례 언급한 적 있는 나의 최애 프로그램이다.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부산 공연에도 다녀올 만큼 (라디오에 신청하여 초대 받은 것이었음.) 그의 목소리, 인성, 음악, 태도 그리고 이 프로그램까지, 모든것이 진심으로 좋다. 

매주 금요일은 김정원이 피아니스트의 추억속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청취자들에게 들려주는 '나의 찬란한 그대에게'라는 코너가 있는 날이다. 오늘 들었던 이야기는 왼손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레온 플라이셔 (Leon Fleisher)에 내용이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인터넷으로 그에 대해 찾아보고 뮤직앱 멜론에서도 그의 앨범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두고 지금도 듣고 있다. 
 

레온 플라이셔, 왜 왼손 피아니스트일까? 

 
1982년 미국에서 태어나 2020년 암투병으로 우리 곁을 떠난 레온 플라이셔는 4살 때 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고 16세때 뉴욕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정도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1952년 그의 나이 23세에 미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미국의 대표 피아니스트로 활동한 그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쳤는데, 바로 피아니스트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손가락 마비였다. 그의 나이 불과 36세의 일이었다. 그 이후 무려 30년 동안 왼손으로만 피아노를 치는 활동을 이어가며 지휘자와 교육가로서도 활동했다. 그는 오른 손가락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치료와 훈련을 받으며 결국 2004년 양손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은 <Twon Hands>.
 

신들의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은 레온 플라이셔

 

2015년 양손으로 돌아온 후 첫 정규앨범 &lt;Two Hands&gt;&nbsp; &nbsp;/&nbsp; 2013년 발매된 브람스 피아노 콘체르토 연주 앨범&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2008년 발매된 정규앨범

 

"신들은 벼락을 던지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오른 손가락의 초점 근긴장이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2년 가까운 절망의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는 갑자기 양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때 보다 음악 자체와 더 큰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교육자로서의 일을 더 늘리고 지휘를 하기 시작했으며 왼손만을 위해 특별히 작곡된 음악 연주에 집중하였다. 그 음악의 대부분은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작곡된 곡들이었다. 이후 여러 현대 작곡가들이 그를 위한 왼손으로만 연주하는 음악을 작곡하였다. 
동시에 그는 치료에 대한 희망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그는 41년만에 양손으로 연주한 음반을 발매하게 된 것이다. 
Washington Post 의 수석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자 Fleisher의 회고록 My Nine Lives를 공동 집필한 Anne Midgett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 혜쳐나간 음악가로서 큰 유산을 남겼습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예술가의 예술이란 영혼 그 자체 

 
오른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피아노 연주와 멈추지 않았던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결코 그에게서 빼았을 수 없었던 것, 바로 희망. 귀가 들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작을 써 낸 베토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 들어본 그의 음악들은 아름답다 못해 숭고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한 음악가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그 음악가의 생애를 들여다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비단 음악가 뿐만 아니라 화가, 작가 등 모든 예술가들의 작품에는 그 작가의 인생이 녹아 담겨져 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사람과 같은 훌륭한 작품을 그려내고 써 낼 수 있을지언정, 역사와 추억이 없는, 아니 있지만 오롯이 그의 것이 아닌 가짜 경험들을 가지고 만든 작품들에 어떤 영혼이 깃들여져 있으며 어떤 감동을 불러일을킬 수 있는가. 차라리 7살 짜리의 흥얼거리는 자작곡에 더 큰 감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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