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 추천 3. 사계절 기억책 - 내년 봄 돌아올 제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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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엔 자기 계발서가 열에 일곱여덟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소설이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기존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차기작들 혹은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먼저 나온 원작 소설들이 그 자리에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기 계발서의 경우 유튜브와 같은 개인 방송에서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의 성공담에 빠짐없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성공'을 위한 서적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게 되면 자기 계발서 코너를 가장 먼저 둘러보게 된다. 어떤 책에서 부와 성공을 위한 열쇠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니 그 책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마치 부자의 반열로 가는 열차 티켓이라도 쥔 듯 마음이 설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고 해서 내가 자기 계발서라고 절대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자기 계발서에도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주로 부와 권력, 그리고 그 두 가지의 발판이 되는 인간관계술 및 처세술에 관한 책이 첫 번째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에 대한 마음 다스림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두 가지를 결합하여 방대한 '성인'의 삶에 대한 다방면의 태도를 기술한 세이노의 가르침과 같은 책도 있다. 

나 역시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어 보았는데 삶에 대한 상당한 통찰력은 물론 경제적인 능력을 키울만한 현실적인 지침이 되는  훌륭한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을 읽고 난 후 행동에 옮기지 못한 나의 모자람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이 뭐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나와 내 처지를 보면서 한심함이 밀려들기도 했다. 결국 돈을 번 자는 또다시 그 책의 저자인 것이니, 나는 저자의 경험을 돈 주고 사고도 별다른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동안 그렇게 읽어대던 자기 계발서에서 잠시 눈을 돌려 요즘은 환경과 관련된 책을 주로 찾아보고 있다. 앞서 추천한 두 권의 청소년 환경 추천도서와 더불어 이번 한 주 동안 읽었던 최원형의 사계절 기억책은 소중한 지인들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가슴 벅찬 책이었다.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서 처음 펼친 사게절 기억책

 

이 책 역시 양산 도서관의 청소년 코너의 환경 부문에서 발견했지만 이 책은 단언컨데 중학생부터 모든 성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는 성공을 위한 행동지침,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저자의 철저히 주관적인 경험과 잣대로, 마치 따라만 하면 실패 없는 프로그램 설치 매뉴얼처럼 설명한다. 반면 오랜만에 접한 수필집과도 같은 사계절 기억책은 저자의 일상에서 발견하고 경험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전 인류의 '생존'과 연결하여 우리들에게 담담하게 하지만 강인한 어조로 직접 그린 삽화들과 함께 써 내려간다. 때로는 성공한 자들의 '자랑'처럼 느껴져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최원형 작가의 글들은 그 어떤 소외감이나 허탈함, 또는 실망감 없이 오직 돈, 돈 했던 그 물욕을 다 잊고 순수하게 지구 속 수십억 생명체 중 하나인 나를 오롯이 느끼게 만들었다. 참으로 마음이 겸손해지면서도 인간들의 과욕으로 인해 고통 받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미안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저자는 자신의 1층 아파트 베란다에 달아둔 모이대로 찾아든 새들을 곳곳에 등장시킨다. 이 작은 모이대로 모여든 참새, 어치, 직박구리, 물까치, 박새, 황조롱이, 그리고 비둘기와 까마귀들의 도시 생활을 쌍망원경으로 관찰한 신비한 행동들을 흥분 가득 묘사한다. 그리고 점점 우리나라를 찾는 수가 줄어드는 제비, 큰 뒷부리도요새와 같은 철새들의 고달픈 여정과 삶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새뿐만 아니라 도시의 광범위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욕심으로 인해 살 곳을 잃어가는 박새, 수원청개구리, 남방 큰 돌고래, 뒤영벌, 코뿔소 등의 이야기는 물론 전기료 걱정과 맞바꾼 핵발전소의 위험성, 사라져 가는 간이역과 지방의 소멸 문제, 4대 강 사업과 제주 사려니숲 파괴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핵발전소나 기차역 이야기가 나와서 살짝 의아하긴 했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져오며 이것이 또다시 어떻게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냐를 일관되게 설명한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이 책이 우리에게 환경 파괴를 멈추라고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말하듯, 1년이라는 지구의 태양 공전 주기에 따른 날씨의 변화를 나타내는 각 계절마다 당연히 보여야 할 새와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 자라야 할 꽃과 풀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 생명체의 '정상적인 모습, 삶'이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고, 그것을 기록해 둔 것이다. 왜 기억을 해야할까. 내년에 또 올 제비라면, 또 볼 개구리라면 왜 굳이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나? 기억의 맞은편에는 '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망각이 일어나는 이유는 뇌 기능의 상실이기도 하지만 전 인류의 뇌가 동시에 저하될 일은 없으니, 결국 '존재 자체의 사라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기억이 글이나 그림이 아닌, 오래 오래 인간들의 눈과 귀와 냄새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헛된 기대가 되지 않도록 나부터...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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