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을 마지막으로 나의 9년 카페지기 인생을 마무리했다.
허리 협착증, 왼쪽 무릎 연골 찢김으로 인한 수술로 육체적인 활동을 하기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잘 견뎌왔다. 다 먹고살기 위함이었지만 마흔을 넘기면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더 늘어나기 전에 건강하게 인생 후반을 보내기 위한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특히 결혼 전 까지만 해도 키 171cm에 몸무게 55kg으로 다소 마른 체격이었으나 지금은 그보다 10kg은 더 붙은 상태로 절대로 빠지지 않고 있다. 그 살들이 거의 배에 붙어 있는 데다 변비도 심해지다 보니 전반적인 식이조절이 필요했다. 허리와 무릎이 안 좋기 때문에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는 생의 필요조건이었음은 두 말할 것 없었다.
5월 1일자로 가게를 넘기기 전인 4월 중순부터 슬슬 아침 운동에 돌입했다. 그러니 지금이 10월 중순이니깐 딱 6개월 되는 시점이다.
장마 기간에도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안 오고 낮과 밤에 퍼부었기에 운동을 거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한 달에 아침 운동을 거르는 날이 2~3번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지키려고 애를 썼다. 하루에 많게는 만보 (1시간 30분), 최소한 7 천보 (60분)는 꼬박꼬박 걸었다.
첫 번째 변화, 허리 통증 완화
걷기가 허리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효과를 실제로 느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먼저 내 허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많이 아팠는지를 말하자면, 재채기 하다 허리가 완전히 돌아가서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고, 3,4개월에 한 번씩은 허리가 완전히 어긋나서 2주 정도 누워 지내기를 거의 10년 동안 반복했다. 10분 이상 한 자세로 앉아있기 힘든 건 기본이고 세안, 머리 감기, 식세기에 그릇 넣고 빼기와 같은 허리를 잠깐이라도 구부려야 하는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평소에도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왠만해선 가까운 거리는 일부러라도 걸어 다니긴 했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죽기 살기로 매일 한 적은 인생 처음이었다. 그 차이는 실로 컸다.
일단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집에서 위탁판매와 블로그 글쓰기 등 하루에 책상에 7시간 이상씩 앉아있지만 큰 통증은 없다. 2시간마다 허리만 펴 주어도 충분히 버틸 만큼 힘이 생겼다. 물론 구부리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긴 하다. 여성의 경우 집안일을 최대한 미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번째 변화, 무릎 통증 완화
내 무릎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7년 둘 째 아이 출산 후 무릎이 너무 아파서 정형외과를 다녔으나 모유 수유 중이라 진통소염제를 전혀 먹지 못했다. 그렇게 울면서 두 달 정도 눈물로 지내다 결국 너무 많이 아파서 MRI를 찍었더니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MRI 촬영본을 들고 세 군데 병원을 갔으나 모두 똑같은 진단이었다. 결국 출산 후 6개월여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자체는 간단했으나 한 달간 의자생활 하고 또 한 달간 목발 짚고 다니면서 두 아이를 케어하느라 제대로 재활을 하지 못했던 탓인지 제대로 걷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뛰지는 못하는 상태다.
크게 뛸 일이 없어서 불편한 건 없지만 가장 불편한 건 평지를 걷다가도 살짝 울퉁불퉁한 부분에서 다리가 걸려서 넘어질뻔하면서 "악"하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많이 없어졌다. (사실 그럴 땐 정말 창피하다.) 그리고 차를 30분 이상 탔다가 내리거나, 의자에 30분 정도만 앉았다 일어나도 무릎이 많이 아팠다. 접은 상태가 오래되면 펼치기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걷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나니 무릎에도 힘이 들어갔다. 아마 이것은 허벅지에 근육이 생긴 덕분이겠지?
허리와 무릎이 덜 아프니 인생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루하루가 더 기쁘고 설레고 벅찼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또 나를 일찍 일으켜 밖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매일 아침 운동을 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허리와 무릎 통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과가 눈에 보이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안 하면 안 되었다.
세 번째 변화, 비염 완화 - 면역력 강화
비염 부분은 아직 환절기가 다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100% 확신할 순 없지만, 매년 환절기마다 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한 비염으로 재채기와 콧물에 시달린 과거에 비하면 올 가을은 아직 별 탈 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건 아마도 면역력이 증가한 탓이 아닐까 싶은데 얼마 전 남편이 코로나에 두 번째로 확진되었을 때 내가 걸리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 듯하다. 열이 펄펄 나면서도 코로나가 아닐 거라고 큰소리를 쳤던 남편이 그날 저녁 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오기 전까지도 우리는 같은 물컵으로 물을 하루종일 마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감기나 몸살도 걸리지 않았다. 원래 철마다 감기를 하는 체질이라 이런 상황이 신기하기만 하다. 힘든 카페일을 그만두고 몸이 편해서 안 아팠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나름 집에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던 날들이 있었기에 몸이 편해서 감기에 걸리지 않은 건 아닌 게 분명하다.
하루 7 천보의 효과
실제로 최근 많은 연구에서 걷기의 효과는 2300보부터 나타나며,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은 하루 500보 늘어날 때마다 평균 7%씩 감소하며,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하루 1000보 늘어날 때마다 평균 15%씩 감소한다고 한다.
또한 하루 7 천보를 분기점으로 사망 위험 감소 폭이 더욱 커지며. 60살 미만이 그 이상의 고령층보다 효과는 더 크다고 한다. 하루 6000~1만보를 걷는 60살 이상 성인은 조기 사망 위험이 42% 감소한 반면, 하루 7000~1만 3000보를 걷는 60살 미만 성인은 사망 위험 감소폭이 49%나 된다.
즉 50대부터는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해야 사망 위험률이 60대 이후에 실행한 걷기 운동보다 더 줄어든다고 하니, 하루라도 빨리 걷기를 생활화하도록 하자.
내가 증명한 걷기 운동의 효과 덕분에 이제는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에게도 매일 걷기를 강추하고 있다. 매일 아침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혼자라도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나 라디오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끼고 걷기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인생은 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