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두 아이가 학교와 유치원을 간 후 집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한 잔 테이크아웃하여 아파트 정원에 앉아 마실 때이다. 그럴 때 항상 내 두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져 있는데 단 하루의 예외도 없이 'CBS FM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가 흘러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을 주로 다루고 있고 때때로 뮤지컬, 가곡, 영화음악들도 들을 수 있다.
주 장르가 클래식이다 보니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두 시간 동안 피아도 소나타, 웅장한 오케스트의 협주곡, 부드러운 기타 선율, 그리고 때로는 찬란한 바이올린 연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합창단에서 활동했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내가 클래식에 빠진 것은 불과 1년여 남짓이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 역시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 집은 항상 블루투스로 연결된 지니 셋톱박스에서 스마트폰에서 재생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언제부턴가 두 아이가 책을 보거나 온 가족이 조용히 대화할 시간이 필요할 때 가사가 없는 재즈 음악을 듣곤 했다. 그렇게 다양한 연주곡들을 찾다 보니 클래식 음악으로 자연히 흘러가게 되었다.
클래식과 조금씩 친숙해 지다보니 원래부터 즐겨 듣던 라디오의 주파수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는 클래식 음악방송으로 맞추게 되었고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꼬박꼬박 챙겨 듣게 되었다.
'CBS FM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7,8년전 쯤 김석훈이 진행할 때부터 가끔 들었었지만 이렇게까지 애정하게 된 것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진행하고 나서부터이다. 편안한 목소리와 클래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 그리고 청취자들 사연에 몰입하는 따스한 마음이 어우러져 클래식 음악에 더욱 물들게 했다. 자연히 우리 아이들도 하루에 1시간 이상씩 클래식을 듣게 되었고, 주말에는 집에 머무는 내내 클래식 음악으로 온 집안의 공기가 채워지곤 한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그런건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냥 난 마음이 편안하고 잔잔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정말 놀랍게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효과가 아주 많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첫번째 - 혈압을 낮춰준다.
2016년에 어느 연구소에서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음악, 그리고 ABBA의 음악이 심장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비교 실험을 하였다. 결과는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현저히 낮아졌으나 반면 ABBA의 음악은 같은 효과를 내치 못했다고 한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의 하모니와 리듬이
클래식 음악의 효과 두번째 - 숙면에 도움을 준다.
클래식 음악은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쉽고 저렴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2015년 Critical Care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귀마개 및 안대와 결합된 클래식 음악이 심장 수술에서 회복 중인 환자의 수면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클래식 음악이 다른 유형의 음악보다 효과가 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종류의 음악들 역시 두뇌에 유익할 수 있지만 대중 음악, 가사가 있는 음악, 신나는 템포의 음악은 두뇌가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고두뇌가 음악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수면이나 음악 자체에 완전히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은 템포가 느리고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에 두뇌와 신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준비하는데 특히 좋다는 것이다. 만일 평소 잠을 깊이 자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규칙적인 리듬, 낮은 음조, 고요한 멜로디가 있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자.
클래식 음악의 효과 세 번째 - 고통을 덜어준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음악은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클래식 음악은 추가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한다.
2012년 International Journal of Critical Illness and Injury Science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통증은 물론 불안, 우울증, 심혈관 문제, 수면 장애로 고통받는 중환자실 환자들이 클래식 음악의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유아 역시 진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2018년 Early Human Development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고통스러운 시술(예: 발뒤꿈치 찌르기 및 항생제 주사 등)을 받은 신생아 80명을 조사했는데, 클래식 음악,특히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유아의 통증 인식을 감소시키고 심박수를 감소시키며 산소 포화도를 개선하고 스트레스 후 회복 속도를 높였던 것으로 나타났다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이 두 노래가 "규칙적인 리듬을 지닌 고조파와 중저주파수가 풍부"한 자장가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네 번째 -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당신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주장은 최근 몇 년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음악이 IQ를 향상 시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음악과 인지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이든 아니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인지 능력이 향상되는 데 도움을 주다. 간단히 말해서 음악은 우리가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인지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행복한 뇌는 건강한 뇌이며 음악, 특히 긍정적인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은 도파민과 신경 연결성을 증가시켜 노화된 뇌를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다섯 번째 -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큰 시험이나 발표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할 때, 베토벤을 동반자로 삼는 것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2012년 학습과 개인차(Learning and Individual Differences) 에 발표된 연구에서 한 그룹의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연주되는 1시간 강의를 들었고 , 다른 그룹은 음악 없이 강의를 들었다. 첫 번째 그룹의 사람들은 두 번째 그룹보다 퀴즈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자들은 음악이 학생들이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하여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석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모든 종류의 음악 수업과 연습은 뇌 가소성 및 신경망 발달을 향상 시켜 학습과 기억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여섯 번째 - 불안감 해소에 도움을 준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음악을 켜는 것이 좋다. 일부 연구에서는 음악이 심박수를 늦추고 호흡률과 정서적 고통을 낮춤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완 기술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음악이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어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2018년 임상 실습의 보완 요법(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수술 전 환자 180명을 조사한 결과 자연 소리, 고전 터키 음악 또는 서양 음악을 듣는 것이 모두 코티솔 수치와 혈압 및 심박수를 낮추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다. 모든 음악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반면, 터키 클래식 음악은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의 효과 일곱 번째 -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 준다.
다른 사람과의 조화는 음악의 조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4년 노화 및 정신 건강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들 사이에서 음악은 피험자들이 함께 음악을 듣고 토론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연결감을 느끼는 도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가족 구성원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 치료 세션에 참여하거나, 방문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말을 듣는 등 음악적 연결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니 라디오를 켜거나 피아노 앞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음악을 즐겨보자.
클래식 음악의 효과 여덟 번째 - 긴장을 풀어준다.
휴식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값비싼 스파나 마사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코티솔 수치를 낮추고 혈압을 낮추는 것보다 더 많은 생리학적 이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에서 기분 좋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의 방출을 증가시켜 스트레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더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이것은 어떤 연구의 결과보다 듣는 당사자가 더 명확히 알 수 있는 감정이다.
클래식은 이제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