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첫 째 딸아이 초등학교에서 보낸 공문을 보다가 플로깅 이벤트가 눈에 띄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양산의 양산교육지원청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고 했다. 일정을 보니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날은 바로 오늘! 오늘 참석을 위해 10월 초에 예약을 했고 선착순 인원에 다행히 포함이 되어 참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얼마전 동네 다이소를 가면서 두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플로깅을 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행사를 기다려왔다. 특히 요즘 딸아이는 나와 같이 환경 도서 읽기에 푹 빠져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두 번째 플로깅이 더 큰 의미가 될 듯했다. 둘째는 쓰레기 줍기는 모르겠고, 유치원 친구와 같이 간다는 설렘 하나만으로 그저 신나 있었다. (내가 미리 연락하여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좋은 건 함께^^)
다소 쌀쌀해진 날씨였지만 공기도 좋고 하늘도 맑고, 플로깅 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정원이 열 다섯 가족이었는데 모두 참석한 것 같지는 않았다.
조끼와 쓰레기를 담을 포대, 그리고 집게를 나눠 받은뒤 양산종합운동장에서 양산역으로 출발하였다. 바람은 쌀쌀하였으나 햇빛이 강하여 걷다 보니 두껍게 껴입은 등과 옆구리로 땀이 조금씩 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담배꽁초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모두들 너무나 열심히 포대를 채워나갔다.
사실 양산에 3년 정도 살면서 느낀 것이지만 양산 거리는 참 깨끗한 편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많은 어르신들이 매일 아침 곳곳에서 쓰레기를 주우신 덕분인지, 아니면 양산시민들의 높은 환경 의식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별로 주울 게 별로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다들 쓰레기를 발견하기 위해 두 눈 크게 땅만 보고 다니는 열의를 보였다.
양산역 젊음의 거리까지 갔다가 종합운동장으로 돌아가니 대략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일곱살 두 꼬마들은 일찍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렸지만 터닝 지점에서 막대 사탕 하나씩 물려주니 조용하게 처음 출발지까지 잘 따라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플로깅이란 이삭을 줍는 다는 뜻의 스웨덴어인 ploka upp (플로카 우프)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달리기나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하는 합성어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이후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건강도 챙기자는 취지로 지금은 많은 분들이 실천하고 있다.
특히 포탈 검색창에 "플로깅 봉사" 혹은 "플로깅 행사"를 치면 굉장히 많은 행사 전단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주로 각 지자체에서 환경행사로 많이 주최하고 있고, 각 시도별로 유, 초등학교를 통해 각 가정으로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만큼 공식 자원봉사 점수도 받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봉사활동 점수를 바라고 참가한 것은 아니지만,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아이들의 봉사 점수 기록에 공식적으로 남게 되면 이후에 언제라도 자신의 봉사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사진이나 기억으로만 남기는 것보다는 이후에도 더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어 좋은 것 같다. 헌혈을 하고 증서를 받고, 기부를 하고 세제 혜택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일 것이다.
물론 정식 봉사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http://www.1365.go.kr에 본인과 아이들 회원가입을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14세 미만일 경우 보호자 인증 후 주민번호와 이름만으로 등록이 가능하니 꼭 미리 해 두도록 하자.
나는 봉사와 기부도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 큰 다짐과 결심이 필요하지만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의지가 필요한 점에서 좋은 습관 들이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 번 습관을 들이면 크게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것처럼 몸에 베인 봉사와 기부 습관을 통해 본인의 인생 여정에 베풂이라는 프리패스와 같은 티켓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프리패스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이용권과 같다. 실제로 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오늘 베푼 봉사활동과 기부가 수억만 리 떨어진 곳의 한 아이의 깨끗한 물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주운 휴지 하나가 깊은 땅 속 지렁이의 보금자리를 지켜 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작지만 꾸준한 행동 하나로 나 아닌 다른 누군가, 혹은 다른 무엇이 이 지구상에 어떤 형태로든 이로움으로 작용한다면 나 스스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한 깨달을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딸아이는 기다란 집게 하나만 사주면 주말마다 동네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겠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좁은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기가 복잡하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를 가야 하다 보니 떠밀리듯 다닌 것 같아 다음번에는 우리 가족만의 플로깅을 가보자고 한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플로깅"이란 단어가 익숙해졌다. 언제라도 할 수 있는 플로깅 봉사활동.
많은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