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핑크뮬리와 재첩국 맛집 당일치기 여행

반응형

첫 아이는 10월 17일에, 그리고 둘째 아이는 10월 12일에, 그리고 나는 11월 19일에 태어난 우리 세 명은 모두 가을의 자식(?)들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엄마가 고생을 하셨겠지만 우리 애들이 태어난 가을에는 정말 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육체적인 수고는 둘째 치고,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더더욱 암울했다.

 

깊어가는 가을을 즐기지 못하고 긴 겨울을 집에서만 보내야했던 애기 엄마 아니, 한 추녀의 안타까운 심정을 누가 알까?

그도 그럴것이 내가 유독 가을을 사랑하고 자연을 경외하고 걷기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1년 중 가장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내가 가을을 전혀 만끽하지 못했으니, 사랑하는 자식들을 품에 안고도 밖만 멍하니 바라보기 일쑤였다. 

 

그런 가을을 난 올해 누구보다 풍성하게 즐기고 있다. 매일 아침 나서는 양산 제방길에서 만나는 막 떠오른 태양과 그 태양에 부서지는 양산천의 물결, 막힘없이 뻥 뚫린 짙푸른 가을 하늘, 그리고 그 아래를 무질서하게 장식하는 구름까지... 그야말로 해가 떠서 지기 전까지 한시도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없다. 

 

올 가을이 더 특별한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친정엄마와 처음으로 둘만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딸아이 생일을 맞아 부산에서 양산으로 놀러 오신 엄마는 코스모스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셨고, 나는 급하게 장소를 물색했다. 그렇게 정한 곳이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가 열렸던 경남 하동이었다. 우리가 하동을 가기로 한 날짜는 10월 16일이었기 때문에 이미 축제가 끝난 지 일주일이나 지난 후였다. 꽃이 피어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 송이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다음날 아침 둘째 등원시키고 집을 나섰다. 

 

경남 하동북천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 

 

경남 양산에서 축제가 열렸던 장소의 주소인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601-1을 치니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왔다. 생각보다 짧은 거리였다. 화개장터를 한 번 가보고싶었지만 코스모스 축제 장소에서 30분이나 더 가야 해서 거긴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함안 휴게소에서 도나스 하나와 커피 한 잔씩 들이키고 신나게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도착. 

 

그런데 코스모스와 메밀밭을 거의 다 갈아엎은 것이었다! 져 버린게 아니라 축제가 끝나고 아예 갈아엎은 것이다.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았다. 하지만 간간이 보이는 코스모스들과 조그맣게 조성된 갈대밭과 핑크뮬리가 코스모스를 대신해 엄마와 나를 포근히 반겨주었다. 

 

가을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빛났다. 엄마도 나도.

근처 동네 한바퀴를 돌다 보니 아직 수확하지 않은 황금 논들이 펼쳐졌다. 어느 집 담장을 지날 때 담장 너머로 열린 호박이 너무나 탐스러워 보였다. 내가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저 호박을 지금 따서 실내에서 보관해도 노랗게 익지 않아요?"

"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해서 익은 호박은 속이 질겨서 맛이 없어. 줄기에 매달려서 잘 익은 호박 속을 긁어서 부침개 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엄마는 그렇게 한참을 호박을 미소 가득 지으며 쳐다보셨다. 호박 옆 거미조차 사랑스러운 듯...

 

핑크뮬리 옆 작은 카페에서 오미자차와 자몽에이드를 원샷한 엄마와 나는 가까운 곳 재첩국집을 찾았다. 쌍계사 근처에는 식당이 많은데 거기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아이들 하원 전에 돌아가기 위해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마침 정동원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다.

 

정동원 할머니가 운여하는 재첩국 식당, 산마루

 

 

우리는 재첩국 (10,000원) 하나와 재첩회덮밥 (12,000원) 하나를 시켰다. 

재첩국 전문점은 타지역에서는 많이 찾아보기 힘들어서 자주 접하는 음식은 아닌데, 역~시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으로 진하게 끓인 재첩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고!

 

여자 둘이서 배터지게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앞 벤치에 앉아 달달한 믹스커피도 한 잔 타 먹었다. 

 

경남 하동이라는 멋진 곳을 가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여행 온 것이 너무 행복했다. 오며 가며 차 안에서도 오손도손 수다 떠는 재미에 2시간이 20분처럼 느껴졌다. 

 

우리 엄마. 

너무나 고생 많았던 지난 세월.

딸 하나 아들 하나 이렇게나 잘 키워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어머니

 

이번 여행을 계기로 자주자주 둘만의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