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마흔 셋 엄마의 재취업 (자영업자에서 직장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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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의 카페 운영의 삶을 마치고

새로운 회사에 취업한 지 이달로 꼭 1년 만이다.

이곳 회사로 오기 전, 카페를 그만두고 쉬면서

새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제출한 곳만

약 20곳이 넘는다. 

 

나이 마흔세 살의 경단녀가

간 크게 이력서를 내고 불러주기를 기대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결혼 전 10년의 해외사업 경력이 적혀있던

과거의 이력서를 그대로 두고,

결혼 후 카페 운영 경험을

'CEO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던 계기라며

닭살 돋는 멘트를

마구 때려 넣은 정체성 없는 이력서였다.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고 실제 취업을 한 곳은

지금의 회사가 아닌 다른 유통/무역회사였다. 

이곳에 내가 면접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블라인드로 서류 검토를 했기 때문이다. 

임원진이 지원자의 이력서는 보지 않고 

자기소개서만 보고 면접자를 선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중에 면접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면접에서도 통과되어 

과거 경력을 인정받아 과장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날 내가 겪은

그 회사의 문화에 충격을 받고, 하루 만에 그만두는

간 큰 결정을 하고 만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쓸 날이 오겠지. 

 

그렇게 해서 한 달 정도 더 백수로 지내다가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되었다. 

 

나이 마흔셋에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건 바로 인맥이었다. 

그게 유일한 길이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성심껏 어떤 활동을 했는데

그게 나에게 일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회사 사장님도

본래부터 알고 있던 분이셨고,

나의 모든 것을 알고 계셨기에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채용을 망설이지 않으셨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앉아있다. 

 

그렇다. 

아무리 과거에 화려한 경력이 있어도

경단녀는 취업이 안된다. 

같은 일을 해도 젊은 애들이 훨씬 일하기 편할 텐데

굳이 나이 많은 애 엄마를 쓸 이유가 뭐가 있겠나. 

 

툭하면 아이들 핑계로 연차나 조퇴를 일삼을 텐데...

집안 대소사로 인해 회사 업무에 집중을 못할 텐데...

일단 나이가 많아 재빠르지 못하고 굼뜰 텐데...

젊은 사람들에 비하면 이해력도 달릴 텐데 등등

 

나이 마흔의 경단녀를 향한 고정관념은 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해외사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기본 영어회사가 가능하다. 

컴퓨터 작업엔 도가 텄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홍보물 제작, 회계 정산 등의 일에 능하다.

카페 운영으로 고객을 매일 상대했기에,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유튜브 숏츠 제작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상 제작, 편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인상과 인성이 좋다. 

 

이런 나의 장점들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니, 

한 장의 이력서나 자소서로 검증될 부분은 아닐 것이다. 

 

대기업등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인턴기간이 두는 이유가 이런 것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평소에 인맥관리를 잘하라....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돈이나 시간이 들어도, 열정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그 무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후에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내가 도움을 줄 일도 생긴다. 

 

일 할 곳이 있다는 것은 복 중의 복이다.

한 번 일이 끊겨 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자영업을 오래 하다가 직장을 구하면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경단녀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끈질기게 노를 저으면 언젠가는 선착장에 다다른다.

편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도 많다.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 

 

출근 시간에 언제나 함께하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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