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두 아이가 있다. 열 살, 그리고 일곱 살.
두 아이의 영상 시청 시간은 큰 아이는 티브이 하루 1시간, 스마트폰 하루 1시간 이내이고 둘째는 티브이만 하루 1시간이다. 주말에는 이보다 영상 시간은 줄어들고 내 태블릿에 설치된 게임을 1인당 30분씩 하고 있다. 거의 영상을 보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아이들보다는 시청 시간이 많은 편이지만 또래 친구 엄마들 얘기를 들으면 우리 아이의 영상 시청 시간은 평균보다는 상당히 적은 것 같다.
특히나 열 살인 딸 아이 핸드폰에는 아직 유튜브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게임앱도 없다. 물론 앱스토어 계정을 내가 관리하고 있어 스스로 설치가 불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긴하다. 1학년 때부터 직접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리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아이들이 딸에게 좋아요를 눌러 달라고 했을 때 계정도, 앱도 없었던 딸아이는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꼭 유튜브가 보고 싶다 하면 한 달에 두 세번 정도는 내 태블릿으로 동생이 하원하기 전에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유튜브 시청 시간은 또래에 비해 확실히 적다.
이미 일곱살 후반 혹은 여덟 살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는 요즘, 아이들의 과도한 영상 시청 시간은 사회적인 문제, 아니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성인들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실인데, 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이 문제는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어주기 훨씬 전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 1시간보다 차라리 티브이 2시간이 낫다.
식당에서, 유모차 안에서, 차 뒷좌석에서, 심지어 엄마의 포대기 안에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아기들을 본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라는 핑계로 점점 스마트폰 영상을 보는 연령대는 낮아지고 있다. 집안에서 엄마가 잠시 허리를 필 목적으로, 커피 한 잔 마실 목적으로 티브이를 틀어주는 경우와 집 밖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티브이는 집 벽에 고정되어 있다. 즉, 볼 수 있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비록 밥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여줄 지언정 어쨌든 집 안에서만 가능하다. 장소라는 '통제'속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다.
반면, 모바일 기기인 테블릿과 핸드폰은 그야말로 주인이 가는 모든 곳에 한 몸과 같이 움직인다. 비행기 안에서도 저장된 콘텐츠를 볼 수 있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앞 좌석에 고정하는 거치대를 설치하여 이동 중에도 볼 수 있다. '장소'에 대한 통제가 없어지니 '상황'에 대한 통제도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이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영상시청'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며, 그렇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아이들에게 테블릿을 절대 밖에서 보여주지 않는 이유다.
정말 중요한 모임에 둘째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유치원에 보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간 적이 있다. 이 날 딱 한 번 핸드폰을 30분 정도 보여준 것 외에는 단언컨대 한 번도 집 바깥에서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심심해하는 바깥 활동에서도 아이는 그 심심함을 어쩔 수 없이 버티게 되었고 그 힘이 길러지자 나중에 자기의 스마트폰이 생겼음에도 특정 콘텐츠, 즉 유튜브와 같은 영상은 집 안에서만 (부모가 있을 때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이미 선택되어진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티브이 채널을 돌려 원하는 영상을 찾는 것과 다르게 아이의 선택권을 거의 없애버린다. 원하지 않았던 영상에도 무자비하게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1분도 되지 않는 숏츠나 릴스 같은 영상들은 뇌의 집중 시간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단순 반복 흥미 위주의 자극적으로 편집된 영상들은 아이의 사고력도 자라지 못하게 한다.
넷플릭스 또한 전 세계의 콘텐츠를 보여주기 때문에 부모가 같이 보지 않는다면 수위가 높은 폭력물과 성인물들에도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영상들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한 두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고, 건전한 다른 다양한 취미생활들로 인생을 채워나갈 수 있겠는가.
실제로 몇 해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많은 수의 초등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보았고, 급기야 학교에서 부모들에게 공문을 보내는 등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나는 아직도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지만 대단히 잔인한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부부는 원래 그런 영상물을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기에 우리 집 티브이에는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되지 않는다. 다만 외할머니 댁에는 넥플릭스가, 친할머니 댁에는 유튜브가 되기 때문에 조부모님 방문 시에만 한 시간 정도 시청을 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둘째는 남자아이인데다가 이미 누나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3년 동안 지켜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절제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 일곱 살들 또한 초등학생과 마찬가지로 유치원에서 숏츠나 릴스에서 봤을 만한 노래들을 흥얼거리거나 유행어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듯했다. 남자아이들은 웬만한 게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니, 그렇지 못한 우리 아들은 듣고만 있다가 집에 와서 내게 그런 단어들을 쏟아냈다. 나 역시 어떤 뜻인지 모르고 넘어갔었는데, 한 번은 13살 조카가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아들이 말한 단어가 게임의 제목이며, 그 게임은 상당히 잔인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벌써 그런 게임을 하는 일곱 살이 있다는 사실에, 이 아이들이 자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한 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사용 중독으로 힘들어한다. 이것은 한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가정, 더 나아가서는 그 아이가 속한 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에 이미 길들여진 아이들을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한다.
담배나 술처럼 건강을 해하거나 경제를 파탄내는 것도 아닌데 왜 멈춰야 하는가? 결국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여덟 살에 시작한 스마트폰을 50세까지 하루에 3시간 이상 사용했을 때 우리의 정신과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것인데, 지금은 그보다 4~5년 스마트폰 사용 시기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뇌과학자와 각 분야의 전문의들은 실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동안의 우리 뇌의 변화를 관찰하였고, 특히 스마트폰 사용량이 유독 많은 청소년기 아이들의 학교 생활, 학습능력 등 다양한 변화를 조사한 결과 현실회피, 부정적 사고, 폭력성, 높은 흥분성 등의 성향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로 인해 가족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형성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학교와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는 많은 사례들이 드러났다.
방법은 단 하나 - 차라리 티브이를 틀어주고, 집밖에서는 모바일 기기 시청 NO!
너무 뻔한 방법이지만 영상시청의 나이를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로 동화를 읽어주는 영상이나 언어 발달에 좋은 교육용 영상도 마찬가지다. 내용은 좋지만 그 전달 매개체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은 상당히 위험하다. 부모가 영상을 선택해 줄 수 있는 건 고작 생후 1,2년 까지다. 세 살 만 되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골라 보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잠금장치를 스스로 풀고, 유튜브앱을 실행한 후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낸다. 그 이후는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영상들에 자동 노출된다.
중간중간 나오는 광고도 아이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욕구 실현'이라는 것이 '소유' 그리고 '쾌락'으로만 집중될 수 있다.
실천하기 어려운, 하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5가지 스마트폰 중독 예방법
1. 집에서 티브이를 틀어줄 때는 가급적 OTT 방식보다는 일반 채널에서 골라서 틀어주도록 하자. 원하는 것을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내 맘대로' 보다는 원하는 것을 우연히 채널에서 찾았을 때 더 큰 기쁨과 재미를 얻을 수 있음을 알려주자. 마치 우리가 인터넷에서 언제라도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때보다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왔을 때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의 반가웠던 그런 경험과도 같다.
2. 몇 시간을 볼지도 중요하지만, 매일 일정한 시각에 틀어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습관은 아이가 커서도 정해진 규율을 잘 지키게 만드는 시초가 될 것이며 원하는 것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기다리는 인내심도 키워준다.
3. 외출시 아이가 울거나 짜증 낼 때에는 부모 중 한 명이 불편해하는 아이를 도와야 한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식당에 가서 조용히 맛있게 음식을 먹고 싶겠지만, 3년정도만 이 과정을 잘 참아내면 아이가 미래에 좀 더 건전한 모바일 기기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테니 조금 수고스럽지만 부부가 돌아가며 아이를 보살펴야 한다.
특히 집을 나설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간단한 미술 도구, 소리 나는 책 등을 챙겨가도록 하자.
4.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시, 장 볼 때, 유모차 이동 중에 아이가 카시트에 앉아있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모바일 기기를 보여주는 일은 애초부터 없어야 한다. 한 번의 노출은 아이가 그 이후에도 모바일 기기를 손에 얻기 위해 지속된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카시트에서 우는 아이들은 어딜 가나 있다. 이런 아이들은 반드시 뒷좌석에 부모 중 한 명이 함께 앉아 아이를 다독여야 한다. 한 번 보여주기 시작한 모바일 기기는 결국 우리 아이를 더욱 통제할 수 없게 만든다.
5.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용시간 제한, 셧다운 시간 설정은 반드시 해야한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지침을 미리 세워 아이과 함께 이야기하고 어떤 영상들을 보았는지 부모가 수시로 확인을 해야한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앱 다운로드에 대해 반드시 부모의 허가가 필요할 것이다.
어렵다. 진짜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참고 인내하고 실천하다 보니 두 아이는 누구보다 차분하고 통제력이 강한 아이로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통제력은 마트 장난감 코너를 지나거나, 편의점에서 불필요하지만 사고싶은 물건을 만났을 때에도 나타난다. 한참 구경하고 들었다 놨다 하면서 엄마 아빠에게 세 번 정도 요구해 본다. 하지만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을 때 크게 울거나 떼쓰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잘 참아 준 아이에게 잊지않고 큰 칭찬을 해 준다. 아이는 그때 스스로에게도 칭찬을 하며 "참길 잘했다"라는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한 날에 그것을 얻었을 때 기쁨은 열 배는 훨신 더 클 것이다.
하늘을 통해 우주를 올려다 볼 기회를 주자.
빠르고 자극적인 영상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조차 없다.
하늘은 우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문이다. 우주를 바라보고 우주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38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그때 그 세포로부터 전해온 편지를 머금은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실마리를 얻는 과정이다.
핸드폰으로 향한 아이들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하는 건 결국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