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체험학습이 있던 어제 새벽, 나는 김밥을 싸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했다. 김밥의 속재료는 단 두 가지. 계란과 스팸. 이 두 가지로 김밥을 싸는 건 처음이었지만, 평소에 6,7가지 재료로 싸던 것에 비하면 누워서 식은 죽 먹기에 가까웠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스팸 계란말이 김밥을 맛있고 이쁘게 싸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맛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는지도 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스팸 계란말이 재료
- 김밥 김 8장
- 계란 10개 ~ 12개
- 저염 스팸 2통
- 갓 지은 밥 (일반 김밥과 같이 참기름과 소금 혹은 맛소금으로 간을 한다.)
재료 준비
계란말이
우선 준비한 계란을 잘 풀어서 체에 걸러 알끈과 혹시 들어갔을지 모를 계란 껍데기를 걸러준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에 차례차례 8장 정도의 지단을 부친다. 동그란 모양 그대로 손 대지 않고 잘 구워준다. 프라이팬에 부을 때는 잘 모르지만 막상 구우면 부피가 조금 두꺼워지기 때문에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얇게 부치는 것이 좋다. 또, 너무 두꺼우면 김밥 크기가 너무 두꺼워서 스팸과 함께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먹기 힘들 수도 있다.
스팸
스팸은 2통을 준비하는데, 한 개는 4등분, 한 개는 8등분을 한다. 세로로 길게 잘라주면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4등분 한 스팸은 매우 두툼하기 때문에 계란말이와 함께 속재료로 넣었을 때 김밥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 어린 아이들이 먹기 버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도 먹고 아이도 먹기 위해 두 가지 크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른 스팸은 4면을 잘 굴려가며 익혀준다. 이때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면 느끼해질 수 있으므로 적당히 누른 후, 다 구운 후에는 키친타월로 기름을 조금 닦아 준다.
김밥 싸기
김밥 김을 발에 얹은 후, 밥을 김 전체에 얇게 골고루 올린다.
부친 지단을 그대로 턱 하고 올린 후, 스팸 두개를 가로로 나란히 얹는다. 그림과 같이 계란 지단으로 먼저 스팸을 돌돌 만다.
최종적으로 일반 김밥을 싸듯이 김밥을 말아준다.
그럼 이렇게 속이 이쁘게 보이는 스팸 계란말이 김밥이 탄생한다.
그런데 두께가 내 손으로 다 쥐어지지 않을 만큼 두껍다. 어른인 내 입에도 가득 차는데, 초등학생 아이들은 어림도 없어 보인다.
그렇게 완성된 김밥을 보면, 4등분 한 스팸과 8등분 한 스팸을 넣은 김밥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다만 계란 지단이 조금 더 얇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부 김밥은 옆구리가 터져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시락 셋팅하기
김밥을 다 말았으면 이제 도시락 통에 넣어보자. 집 근처 홈플러스에서 3단 락앤락 도시락 통이 너무 저렴하고 이뻐서 구매했는데 (1만 원), 크기도 딱인 것 같다. 다만 3칸을 묶는 고무줄이 별도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스트링 파우치에 다시 담았다.
통 한 개에는 8등분한 스팸을 넣은 김밥 중 조금 얇게 잘라 넣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적포도를 잘 씻어서 알맹이만 넣고, 마지막 한 개에는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페레로 로쉐 초콜릿 8개들이를 사서 겉비닐만 제거한 후 통째로 넣었다. 그리고 그 위에 엄마의 사랑이 담긴 쪽지도 살짝 얹어 두었다.
스팸 계란말이 김밥의 아쉬운 점
일단 아이들은 맛있다고 했지만, 어른인 내가 먹었을 때 맛과 비주얼에서 아쉬운 점이 있어서 다음번에는 아래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해서 김밥을 싸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계란 지단은 최대한 얇아야 김밥 크기가 먹기 좋게 나온다.
- 저염 스팸이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반 스팸이 더 나은 것 같다. 밥 자체도 참기름 간이 되어 있고, 계란 지단도 식용유에 부치게 때문에 스팸의 짭조름한 간이 없어, 전체적으로 매우 느끼했기 때문이다.
- 만일 저염 스팸을 쓴다면, 밥과 계란 지단에 소금 쎄게 간을 해야 하므로 차라리 일반 스팸을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 어른이 먹기에도 8등분한 스팸이 더 낫다. 따라서 다음에 쌀 때는 전체 스팸을 모두 8등분 하여 싸는 것이 좋겠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매우 좋아했다. 어른들이 느끼는 만큼 느끼함을 크게 받아들이진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김밥을 반 이상 남겨 온 건 왜일까?!
예전에 어느 분식집에서 꼬마 김밥을 진짜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데, 주방에서 만드는 것을 살짝 보니 얇게 자른 스팸을 튀김 튀겨내는 기름에 튀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 다음 기름을 잘 뺀 후 살짝 바삭하게 해서 간이 된 밥에 스팸 하나만 넣고 꼬마 김밥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나도 넉넉하게 기름 두르고 스팸을 구웠는데, 어중간하게 구워버리면 오히려 바삭함은 없고 기름으로 떡칠한 스팸이 더 느끼해져 버린 것이다. 짧은 시간 뜨거운 기름으로 튀긴 것과는 분명한 맛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스팸 계란말이 김밥은 맛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있지만, 아이가 만족했고 비주얼도 괜찮았으므로 스스로 수고했다고 칭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