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독해력 키우기 프로젝트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꼭 스마트폰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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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 이상 있는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째를 키울 때 보면 첫째를 키우며 들였던 교육은 물론, 음식 등에 들였던 공의 반도 안된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첫째 딸아이의 독서 교육을 위해 온 집을 도서관으로 만들며 책을 많이 읽히려고 애썼고, 다행히 아이도 책 읽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의 국어 독해력이나 어휘력이 또래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 특히 많이 느끼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그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지금 우리 아이의 문해력

아이의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느낀 건 오래전 부터다. 초1, 초2 때까지는 그저 조금 더 학년이 올라가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도 아이는 대화를 할 때 이해를 못 하는 단어 혹은 문장 문법이 틀리는 경우가 꽤 있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나의 18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일> 3가지를 적은 활동지를 집에 들고 18시간 안에 일어난 일을 적는 것이었는데, 이 18이라는 시간은 본인이 정한 것 같고, 여기에 적힌 내용을 보니, 18시간에 대한 전제는 없고, 그냥 본인이 최근에 겪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 한 달 전, 두 달 전 일도 적혀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지난 18시간 동안 있었던 일 중 기억에 남는 걸 적는 거 아니니?"라고 하자, "아 그래요? 난 그냥 18시간 동안 기억이 나는 일 적는 건 줄 알았는데요."라고 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아빠가 보낸 문자에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 중이야"라고 했을때, 그 말을 아이가 나에게 전달하면서 "아빠가 지금 올라가고 있대요."라고 말을 하는 등의 실수도 자주 있었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 찾기

또래 보다 적은 미디어 노출량, 그런데?

그렇다고 딸아이가 일찍부터 스마트폰을 하거나 집에서 티브이나 유튜브 시청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아직도 우리 집 TV에서 유튜브를 튼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청도 하지 않을 정도로 남편과 나 역시 영상 시청에 관심이었다. 

딸아이 스마트폰에 유튜브 앱을 깔아 준 것도 4학년에 들어와서다. 하루 한 시간 유튜브 시청, 총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요즘은 유치원생도 한다는 로블록스 게임도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집에서 유튜브를 보기 위해서는 태블릿으로만 볼 수 있었고, 이 태블릿은 우리 집을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즉, 이동 중이나 외출 시에 절대 갖고 나가지 않는 것이 우리 집 원칙이었다. 

문제는 또래 관계

아이의 문해력에 대한 원인을 깊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많은 혹은 이른 미디어 노출은 결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유전적인 문젠가? 

나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이해력도 빠른 편이다. 남편은 언어 선택이나 논리적인 면에서 일상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표현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는 똑 부러지기로 평판이 나있다. 

 

그럼 도대체 뭘까? 

 

그러다 문득, 아이가 지금까지 학교 생활에서 친구가 많지 않았던 경험, 혹시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인데다가 소심한 아이라 유치원 시절부터 놀이터에서 모르는 아이들과는 어울리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지금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가 언급한 친구 이름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쉬는 시간에도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과제를 하거나, 그냥 멍하게 앉아있는다고 했다. 엄마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학교에 들어간 이상 엄마가 도와줄 부분이 없었다. 이상한 것은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 그런 딸 아이에 대한 나의 걱정의 부피만큼 받아들이는 선생님은 안 계셨다. 대부분이 "그 정도는 괜찮다.", "참 착한 아이다.", "성실하다." 정도로 아이의 좋은 점만 언급하시며, 나의 걱정을 지나친 것 아니냐고만 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아이에게 너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4학년이 되었지만 아이는 두 달 동안 전화 번호 주고받은 친구 하나 없었고, 4월 중순에는 이사로 인해 전학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는 미리 이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전학 후에도 아이는 두 달 전과 같은 분위기에 많이 힘들어했다. 

 

이런 아이의 어려운 친구 관계가, 결국 아이가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를 또래보다 턱없이 적게 했고, 집에서 3살 아래 남동생과 블록놀이 하는 정도와 수준밖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그냥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기에 당장 서점을 찾았다. 

내 아이 문해력 키우기 프로젝트 

예전부터 한자를 가르치면 어휘력과 문해력이 도움이 된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 어릴 적에는 한자 과목을 중학교 때에나 배웠지만 요즘은 유치원 다닐 때부터 한자급수 시험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뭐든 일찍 가르친다고 좋을 것 없다고 굳게 믿었기에, 아이가 하고 싶은 것 위주로 가르쳤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겠다 싶었다. 

 

내가 선택한 책은 EBS 초등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초등 한자 시리즈인 "<어휘가 독해다>였다. 단계별로 나와 있었지만 나는 망설임없이 1단계를 선택했다. 아이는 왜 자기가 초등 1~2학년 교재를 해야 하냐며 처음엔 조금 언짢아했지만, 넘겨보더니 아무 말하지 않았다. 잘하면 금방 2단계로 갈 수 있다며 격려로 출발했고, 아이는 다행히 한자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잘 따라와 주었다. 

ebs 어휘가 독해다 교재와 초등 국어사전
ebs 어휘가 독해다 교재와 초등 국어사전으로 시작하는 첫 한자공부

 

나는 최대한 아이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 하루에 한자는 한 단어만 공부하되
  • 강의 듣고 문제 풀고
  • 마지막에는 그 단원에서 나온 이해가 되지 않은 한글 단어들을 따로 공책에 적은 후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적는 연습이었다. 
  • 그리고 엄마와 함께 그 단어가 들어간 예시를 찾아서 서로 말해보기로 마무리했다. 

테블릿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 아이의 연필 쥔 손한글 단어와 뜻풀이를 적은 노트
ebs 초등 웹사이트에서 무료 강의를 듣고 교재 공부가 끝난 후에는 모르는 단어를 쓰고 사전을 찾아보는 식으로 어휘 공부를 했다.

하루에 한 단원만 공부하기로 하였으나, 아이는 두 단원씩 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아무래도 한자는 낯설지만 뜻 공부와 어휘 수준은 높지 않기 때문에 진도도 빠르고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3일 정도 한자 공부를 하였고, 이제 아이도 재미를 느끼고 있다. 사회, 수학 문제 풀 때 질문과 지문 읽기 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냥해진(?) 엄마의 가르침과, 하나씩 단원을 끝낸다는 작은 성공이 아이에게 동기를 계속해서 부여하고 있는 듯했다. 

믿음이 가장 큰 열쇠

아이는 부모가 믿어 주는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딸아이는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마음이 착한 아이다. 이건 엄마인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딸아이를 처음 보는 어른들이나 3년을 봐 온 어른들이나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차분하다고. 

 

비록 학습적인 부분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사랑이 넘쳐흐르는 내 딸을, 학교 생활에서도 우뚝 자신감 있게 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내가 마음 다 잡고 아이를 이끌어 나갈 생각이다. 

 

 

 

비쥬얼 굿, 맛은 쏘쏘 (feat.저염 스팸 계란말이 김밥)

아이의 체험학습이 있던 어제 새벽, 나는 김밥을 싸기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했다. 김밥의 속재료는 단 두 가지. 계란과 스팸. 이 두 가지로 김밥을 싸는 건 처음이었지만, 평소에 6,7가지 재료로

siwoli.piun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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