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저출산 원인은 지금 시니어 세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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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세대를 공격하는 듯한 제목이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쓰는 데에는 나 나름의 생각이 확고해서이다. 

나는 인구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고 통계학자도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40년을 살아온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여성'이라는 유전자의 사람일 뿐이다. 

 

나는 또래의 여성들과 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하여 평균이라고 할만한 자녀 수 2명을 낳았다. 적어도 10년 전에는 자녀 둘은 낳는 게 이상적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생물학적, 사회학적, 심리적 변화와 사회 문화의 변화들을 총체적으로 종합해 보면 현재의 심각한 대한민국 저출산의 원인이 결국 현재의 시니어 세대, 더 나아가서는 현재 MZ 세대의 부모들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여러 원인들이 있을 것이고, 그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가 바로 급격한 부동산의 상승, 그리고 여성의 높아진 사회적 위치이다. 어떻게 보면 이 두 가지 원인은 출산율 감소의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다소 old 한 느낌이 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집값 상승에 따른 결혼비용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정책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주택과 신혼부부 주택공급 확대, 그리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대출 정책이 젊은 세대들의 거주비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매년 엄청난 정책자금을 써 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 창업 지원, 희망적금, 월세지원, 기타 현금 지원금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한 지인의 아들이 서울에서 청년주택 청약에 당첨이 되어 시세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분양 받을 자격을 얻었다고 했다. 그 지역은 매우 시세가 높게 형성된 역세권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정말 특별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여러 경제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재작년 보다 작년이, 작년 보다 올해 여성 1명당 출산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들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은 단연 엄청난 인생의 전환점이다. 내 주변에도  대학 졸업 후 외국 유학 생활에서 만난 한국 남자와 귀국 후 바로 결혼하여 직업 한 번 못 가져보고 아이 셋 낳아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분이 계시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 전 직장 생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하다가 결혼하면서 육아휴직 1년, 다시 복직하여 6년 정도 힘들게 맞벌이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아예 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도 부모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 역시 IT계에서 해외사업만 10년 정도 하다가 아이 둘 낳으면서 결혼 후 2년 후 퇴사를 하였고, 육아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먹고, 팔자에도 없을 것 같던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 역시도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을 가 있는 시간 동안만 영업이 가능하다 보니 그냥저냥 반찬값 버는 정도로만 겨우겨우 버티었다. 

 

이러한 여성의 출산후의 퇴사를 막고 경단녀의 복직을 장려하기 위해 남편들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시간을 보장하고 각종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거의 의미 없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내 기준에는) 

 

웬일인지 남편들은 아기 생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1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 그 시기에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기 때문에 한 명은 돈벌이를 해야 한다. 아이가 두 돌(세 살쯤 되면)이 되면 어린이집을 보내고 엄마는 복직이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 남편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쓰지만 아이가 등원을 한 낮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지낸다. 집안일이라도 해주면 참 고맙겠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등원시키고 하원시키 일 외에는 대부분 엄마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어떤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미루고 미룬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육아휴직 쓰는 시기가 끝나가면, 즉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어서야 안쓰면 아깝다며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부랴부랴 육아휴직을 쓴다. 어떤 아빠는 이 시기에 여행을 가거나 각종 스포츠 활동을 즐기기도 하더라는 건 안 비밀이다. 

 

엄마들은 출산 후 심각한 육체노동과 정신적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 시기에 부부가 함께 아이를 보살필 순 없을까? 

최근 출산 후 바로 아빠도 육아휴직을 쓰게끔 하는 정책들이 조금씩 나오고는 있다. 효과를 보려면 아예 이것으로 법제화 해야 한다고 본다.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된다 해도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원인은 지금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아야 할 세대인 MZ 세대들의 '성 역할 분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망설이는 여자의 가장 큰 우려는 "남편이 살림을 공동분담 할 것이냐"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

출산을 망설이는 여자의 가장 큰 우려 역시 "남편이 육아를 공동분담 할 것이냐"에 대한 불확실성에 있다. 

  ▶  이 두가지는 결국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장이 될 것이냐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의 가장 큰 우려는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 내가 살림을 어느 정도나 책임져야 하나?"에 있다. 

출산을 망설이는 남자의 가장 큰 우려는 "육아가 힘들다던데 내가 어디까지 해야하나?"에 있다. 

 

90년 대 이후부터 거의 모든 여성이 성인이 된 이후 사회, 경제활동을 하는 사실과는 모순되게, 남성의 살림과 육아 비중은 아직까지 8,9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결국 남성과 여성의 역할분담에 따른 생각차이를 만들고,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은 본인의 육체와 커리어가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반면 남성은 본인들의 아버지가 하지 않은 역할을 해 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점점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아들을 부엌에 발 들이지 못하게 하는 이 시대 어머님들이 수두룩 하다. 

아직까지도 명절때만 되면 여자들만 새벽같이 일어나 차례상을 준비하고 남자들은 쿨쿨 자다가 먹고 노는 명절 풍경으로 명절 전후에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기사가 매년 등장한다. 

청소 정도는 하지만 요리는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본인들 어머님들의 요리 솜씨와 아내의 요리 솜씨를 비교하고 한탄하는 부부가 아직도 많다.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남성들은 스스로를 도움을 주는 주체, 여성을 도움을 받는 객체로 낮추는 동시에 육아와 살림이 공동의 몫이 아닌 여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지는 풍습은 아직도 우리들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티브이 뉴스와 전문가들이 나와서 남녀평등을 외쳐도, 우리 시니어 세대인 부모님들의 인식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자란 아들들은 또래의 여성들과 결혼하여 한 집안을 평등하게 꾸려 갈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러한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아들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 

 

나는 아들이든 딸이든 교육의 첫 번 째 목표는 "혼자 살아내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경제적인 활동도 해당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뭐든 해 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스스로 씻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밥을 해 먹는 일. 너무나 당연하지만 이 조차 제대로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한다"가 아니라 "잘한다"를 가르쳐야 한다. 훈련시켜야 한다. 

 

너무나 많은 교육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우리는 기본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스스로 먹을 것을 정하고 재료를 구하고 간단한 요리를 하는 것. 이것이 살아가는 것의 기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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